실비의 성지 사천 삼천포에서
2명이 갈 수 있는 괜찮은 실비집
다양한 안주를 배부르게 먹어 본다.
2024년5월4일(토) PM6:00
아라 실비
사천 삼천포 실비집
통영에는 다찌, 마산에는 통술, 삼천포는 실비.
경상남도의 주요 도시들은 각자 재미있는 술 문화가 있다.
사실 전부 부르는 이름만 다를 뿐, 동일한 형태의 운영 방식이긴 하다.
1인당 4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1인당 2병 정도의 술과 각종 안주를 철에 따라 주인 마음대로 제공하는 형태이다.
스시 오마카세가 붐이 일고 난 다음, 이모카세, 삼촌카세 이런 말들이 유행하며 서울 을지로의 슈퍼 같은 곳에서 일정 금액을 받고 그날 준비된 좋은 재료로 다양한 안주를 제공하는 곳들이 많은데, 사실 이런 곳의 원조가 바로 다찌집, 통술집, 실비집일 듯하다.
한 4~5년 전부터 사천을 다니면서, 삼천포 실비집들을 몇 군데 방문하였고, 오늘도 새로운 실비집에 방문해 보았다.
아라 실비
아라 실비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곳으로 보인다.
네이버 지도에서 거리뷰를 보면, 2023년 11월에는 아라 실비가 없다. 아마도 그 이후에 개업을 하신 곳인 듯.
크지 않은 공간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, 홀에는 테이블 3개 정도. 이외 개인룸으로 3개 정도가 있다.
우리는 개인룸에 들어가기로 한다. 4명 테이블이 있고, 최대 5명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.
1인당 3만 원, 최소 2명 이상부터이다.
사천의 많은 실비집들이 최소 3명 이상이어야 가능한 곳이 많고, 4명이 안되면 거부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, 아라 실비는 2명이서도 방문할 수 있어서 좋은 집이다.
3만 원에는 1인당 2병의 술이 포함되어 있고, 술 추가는 병당 5천 원으로 아주 합리적인 가격이다.
일부 다른 곳들은 술 추가가 1병당 1만 원 정도인 곳들도 많다.
다양하고 깔끔했던 요리들
이곳은 사장님 아주머니 한 분과 남편분으로 추측되는 남자분 2분이서 운영을 하신다.
그래서 음식의 제공이 그리 아주 원활하게 잘 이루어지는 시스템은 아니었다.
가끔 룸에 들어와서 체크를 해보시고, 아이고 뭐뭐가 안 나왔네 하시면서 다시 나가서 가져다주시곤 했다.
먼저 나온, 기본 안주류. 뭐 1차 라인업이라고 하면 될 듯.
▶ 소라는 잘 삶아져서, 입맛 돋우기에 좋다.
▶ 돼지 편육
직접 만드신 것은 아니겠지만. 기름진 것이 소주에 딱 어울리는 안주였다.
▶ 땅콩
거의 손을 대진 않았다.
▶ 각종 튀김과 전류
바로 붙이진 않았고 미리 만들어 둔 것이었지만, 충분히 괜찮은 맛.
▶ 오늘의 술
언제나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술을 마시는 것은 기본. 사천 지역 소주는 "좋은 데이"
▶ 생선 조림
1차 안주 제공 후 두 번째로 나온 녀석이다.
자극적이진 양념에 조려진 이름 모를 생선.
사진 초점이 흐릿하다.
살짝 말린듯한 생선 살은 꾸덕꾸덕한 느낌이었다. 과하지 않은 양념에 부드러운 살이 아주 잘 어울리는 맛.
아주 맛있게 먹은 음식이었다.
▶ 잡채
특별할 것은 없지만, 적당한 기름기에 다양한 재료들이 들어가 있다.
당면도 쫄깃하니 배 채우는 용도로 아주 좋았다.
▶ 달걀찜
잘 쪄진 달걀찜은 살짝 덜 익어서 더 맛있었다.
▶ 골뱅이무침
탱탱한 골뱅이가 꽤 많이 들어가 있었고, 야채도 푸짐했다. 양념은 초고추장 베이스.
골뱅이가 꽤 튼실하다. 오이와 먹으니 아주 괜찮았다.
▶ 촛대 소라 회
소라류 중 가장 맛있는 촛대 소라회가 나왔다. 이 소라회가 나오는 순간 만세를 외칠 뻔.
몇 년 전 같은 삼천포의 노산 실비에서 촛대 소라회를 처음 먹어봤는데, 정말 맛있었기에 계속 기억에 남았었는데, 오늘 아라 실비에서 맛볼 수 있다.
(이날 사진들은 다 초점이 안 맞았네..)
꼬득꼬득한 식감이지만 질기지 않다. 부드럽게 씹히는데 거기서 꼬득한 느낌이 난다.
그리고, 두 번만 씹으면 달달한 맛이 확 올라온다. 촛대 소라 최고!
▶ 멸치 회 무침
남해와 가까운 사천 삼천포라 멸치 회도 종종 나오는 음식인듯하다.
다양한 야채와 멸치 회를 초고추장 베이스의 양념에 잘 묻혀서 나왔다.
사실 이날의 멸치 회 무침은 조금 아쉬웠다.
멸치 회의 끝 맛에 비린 맛이 좀 있었다. 웬만큼 비린 것을 잘 먹지만, 조금 거슬리는 느낌이었다.
그리고, 앞서 나온 골뱅이무침의 양념과 완전히 동일한 무침 양념이라, 다소 질리는 감도 있었다.
▶ 참게찜
남해 일대에서 많이 잡히는 참게찜.
크기는 작지만 게는 게다.
▶ 도다리 세꼬시
사장님께서 너무 맛있는 회라며 내어주신 도다리 세꼬시.
안타깝게도 세꼬시가 개인 취향에서 너무나 먼 녀석이라, 나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.
물론 완전 이건 개인 취향이 반영되어서 그런 것. 세꼬시 드시는 분들은 아주 만족하셨을 듯하다.
세꼬시라 씹히는 뼈. 하지만, 선도는 아주 훌륭했다.
개인 취향에 딱 맞는 해삼은 아주 맛있었다. 역시 엄청 신선하여 씹히는 맛도 좋았다.
▶ 콘치즈
쉬어가는 안주 콘치즈. 이건 누구나 다 좋아하는 그런 맛.
▶ 고등어구이
메인 안주의 마지막 순서는 고등어구이였다.
이즘은 고등어 살이 조금 무른 시점이라 조금 맛이 덜할 수 있다는 사장님의 말씀.
하지만, 노릇 바삭하게 잘 구워진 고등어의 뗏깔은 아주 맛있어 보인다.
살짝 말린 듯한 느낌의 고등어를 잘 구어 주셨다. 살이 물러서 오히려 조금 건조 후에 구우신 게 아닐까 싶었다.
이때부터는 배가 많이 불러서 꽤 많이 남기게 되었다. 아쉽다.
▶ 장어탕
마지막을 장식하는 속 풀이용 장어탕. 걸쭉하게 잘 끓여 주셨다.
경상도라 방아향이 많이 났었는데, 깔끔하게 마무리하기에는 방아향이 좋았다.
▶ 디저트 토마토
설탕을 솔솔 뿌려 주신 토마토로 오늘의 긴 음식 탐방은 끝.
적절한 수준의 실비집
사천, 삼천포는 워낙 엄청난 실비집들이 많은 곳이라,
아라 실비가 최고라고 할 수는 없다. 괜찮은 곳이긴 하다.
다소 저렴한 가격과 합리적인 술값.
또한, 뭐니 뭐니 해도 2명도 아무 문제 없이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
가장 최고의 장점이다.
하지만, 음식 맛만으로는 조금 부족함이 있다는 점은 사실인 듯.
아직은 영업을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,
시간이 지난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한다.
위치 및 정보
▶ 구글맵
▶ 네이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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